컨셉 수업

컨셉은 비즈니스와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명확한 '판단 기준'을 부여한다.

컨셉이란 무엇인가

컨셉은 비즈니스와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명확한 '판단 기준'을 부여합니다. 컨셉이 없다면 일반적인 합리성이나 비용 같은 수치에만 기대어 결정을 내리게 되겠지요. 결국 비슷한 전례가 있는 방식만을 고집하다 보면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상품만 양산하는 상황에 이를 겁니다.

컨셉의 두번째 역할은 만드는 대상 전체에 '일관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컨셉이 없으면 큰 방향성부터 세세한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전부를 적합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명확한 컨셉이 결여된 브랜드나 상품이나 서비스는 어딘가 조화되지 못한 '짝짝이' 같은 인상을 주지요.

마지막으로 컨셉은 고객이 지불하는 '대가의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소비자는 4분의 1 인치 드릴을 원하는 게 아니라, 4분의 1인치 구멍을 바라는 것이다"라는 경영학자 시어도어 레빗 Theodore Levitt의 말은 이미 유명하지요. 이처럼 사물 자체가 아닌 사물이 존재하는 의미를 포착한 컨셉은 고객이 돈을 지불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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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에게 컨셉을 써보라고 하면 대부분 '무엇을'과 '어떻게'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이를테면 스타벅스를 '여유로운 공간에서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장소'라고 쓸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부분적인 설명은 가능하더라도 고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떤 음악을 틀어야 하는지 등 다른 요소를 판단하는 기준은 되어 주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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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마주해야할 '과제'를 가리킨다면, 컨셉은 '고유한 답'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치유'라는 테마에 대해 스타벅스는 '제 3의 장소'라는 답을 내놓은 셈이지요. 에어비앤비는 '여행과 인생'이라는 테마에 대해 '전 세계 어디든 내 집처럼'이라는 답을 내놓았고요. '디지털 시대의 음악 체험'이라는 테마에 대한 애플의 답은 '주머니 속의 1000곡'이었습니다.

컨셉을 이끌어내는 질문 만들기

근대 면역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드워드 제너 Edward Jenner는 아무도 답을 내놓지 못했던 "왜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는가?"라는 질문을 버리고, "왜 낙농장에서 일하는 여성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질문을 바꿈으로써 관점을 바꾸고 시야를 넓혀 생각을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영역으로 이끄는 것을 '재구성 reframing'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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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로 생각하기 시작한 순간, 고정관념에 사로잡힌다. 수평 사고의 원조이기도 한 에드워드 드 보노 Edward de Bono는 이를 '말의 경직성'이라고 불렀습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앱스트랙트: 디자인의 미학>에서는 캐스 홀먼 Cas Holman이라는 장난감 디자이너가 명사가 아닌 동사로 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합니다. 미대생에게 "새 컵을 디자인하자"고 제안했을 때는 새로운 발상이 나오지 않았지만, "물을 운반하는 새로운 방식을 디자인하자"고 말하니 스펀지 소재에 물을 흡수시켜 운반한다는, 자유로운 디자인이 나왔다고 하지요.

2010년대 전 세계의 다양한 자동차 회사가 스스로를 '모빌리티 컴퍼니'라고 지칭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또한 '자동차'라는 물체에서 벗어나 인류가 '이동한다'는 행위의 가능성을 묻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지요. 스포츠 분야에서도 나이키는 '러닝화'의 미래가 아닌 '러닝'의 미래를 물어며 'Nike+'라는 디지털 서비스를 런칭했습니다.

미래 관점으로 바라보기

미션은 조직이나 브랜드가 태어나면서부터 짊어지기 시작해 끝까지 함께하는 존재입니다. 즉, 미션이란 창업부터 미래까지 영원히 지속될 스토리의 근원이지요. 비전은 미래의 풍경을 나타냅니다. 비전은 이루어지는 순간 사라집니다. 컨셉은 비전을 향한 첫걸음으로 '현재'에 해당합니다.

    미션, 스페이스X의 미션은 '인류의 밝은 미래를 보여준다'입니다. 2008년 리먼 쇼크 때 스페이스X도 테슬라도 위태로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머스크는 "마지막 1달러까지 회사에 쓰겠다"라고 선언하고, 전 직원에게 "당신의 상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위해 일하십시오"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비전, 스페이스X의 비전은 '사람들이 여러 행성에서 살 수 있게 한다'입니다. 스페이스X는 비전을 말로만 끝내지 않기 위해 하나의 컨셉을 철저히 추구해 왔습니다.
    컨셉, 스페이스X의 컨셉은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입니다.

정리하면, 맨 처음 스페이스X는 '인류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 시작했다. 언젠가 '사람들이 여러 행성에서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비전이다. 그것을 위해서 지금 스페이스X는 '재사용 가능한 로켓'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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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하 모터는 자신들이 만들어온 제품을 효율적으로 이동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감동하기 위한 도구로 보고, 스스로를 '감동을 창조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했습니다. 토요타 자동차는 2020년 3월부터 '행복을 양산한다'라는 미션을 내걸었습니다. '감동의 창조', '행복의 양산', '여성의 자신감'처럼 미션에는 구체성보다는 보편성이 필요합니다. 미션을 오토바이나 자동차, 비누 등과 같이 구체적인 물건이나 서비스로 정의해 버리면 앞으로의 발전을 구상하기가 어려워지니까요. 과거 미국의 철도 회사들이 스스로를 '철도를 건설하는 회사'로만 정의하고, '사람과 사물의 이동을 책임지는 회사'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쇠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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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로 삼아야 할 이상적인 미래를 '보이는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비전의 역할입니다. 교세라 Kyosera의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는 비전을 달성한 모습이 흑백이 아닌 컬러로 보일 때까지 생각하라고 말했습니다. 스페이스X의 비전은 '우주 이노베이션'이나 '우주에서도 풍요로운 생활을' 같은 애매한 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여러 행성에서 살 수 있게 한다'였습니다. 소니의 이부카 마사루도 트랜지스터라는 새로운 기술을 손에 넣었을 때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자' 같은 애매한 지시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아직 라디오가 한 집에 한 대뿐이었던 시절에 '주머니에 들어가는 라디오를 만들자'라는 말로 새로운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엔지니어들을 독려했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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